소식 장기근속 휴가 [인도네시아 발리-롬복]
장기근속 휴가 [인도네시아 발리-롬복]
“발리에 한번도 안 간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
처음 발리에 갔을 때 현지에서 만난 호주인에게 들은 얘기입니다. 그때는 “너희 나라에서는 발리가 가까우니깐 그렇겠지”라고 생각하고 말았는데..
이번 발리 여행이 3번째이고, 합계 66일을 여행했습니다. 한국에서 직항 7시간으로 제일 먼 동남아인데 나는 왜???
이번 발리 여행은 회사 장기근속으로 받은 10일의 유급휴가를 활용하여, 앞-뒤 주말과 중간 공휴일(광복절)을 포함하여 총 15박 16일의 일정이었습니다.
지난 두 번의 여행으로 발리 북부 해안 지역과 서부 국립공원 지역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곳을 다 돌아다녔기에 이번 여행코스는 발리 본섬이 아닌 동쪽 바다에 있는 섬으로 잡았습니다.
“발리→렘봉안→길리→롬복→발리” 이동은 모두 선편으로.. 예전에 3주로 계획해 놓은 것을 줄이고, 자르고 해서 2주 정도로 조정하고, 약간의 불안함은 있지만 일단 발리로..
렘봉안은 발리에서 스노클링 등으로 유명한 섬입니다.
발리와 롬복 사이에 있는 바다가 매우 안 좋은 시기라 선편 이동에 불안이 많았는데,
첫 이동부터 출항지 항구가 폐쇄되는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그것도 배 타러 항구에 갔더니 “오늘 다 결항이야, 내일도 알 수 없어”라는..
항구 주변의 현지인에게 물어물어.. 차타고.. 배타고.. 차타고.. 걷고.. 차타고.. 결과적으로 목적지인 렘봉안에 잘(?) 도착했습니다.
[ 물어물어 겨우 탈 수 있었던, 원래는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배 ]
선편 이동에 대한 불안을 첫 일정부터 현실로 겪고 나니 남은 일정이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숙소, 식당,
상인 등 여러 명에게 길리로 가는 선편을 물어보니 추천하는 건 모두 다 비싼 배(= 큰 배)였고, 그 덕에 이후 일정은 모두 문제없이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바다 상태가 안 좋은 시기인 만큼 렘봉안과 그 주변 구경은 성공적이었습니다. 파도가 크고 심해서 멋진 해안 절경을 더욱 멋지게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 남아 있는 사진에는 현지의 감동이 1%도 담기지 못한 듯 ]
다음은 윤식당 촬영지로 알려진 길리T라는 섬으로 갔습니다.
섬 외곽을 따라 자전거로 1시간이면 돌 수 있고, 도보로 둘러보아도 3시간이면 충분한 작은 섬이지만 발리와는 아주 다른 곳이었습니다.
일단 발리에 딸린 섬이 아니고, 현지인 대부분이 무슬림이고, 관광 휴양인데 해변은 올나이트 파티?, 오토바이/자동차 없음 등등..
특히 해변 앞 투명한 바다는 여기는 발리와 다르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참고 1.
길리(Gili)는 롬복어로 “작은 섬”이라는 뜻이고, 롬복 주변에 길리(Gili)로 시작하는 섬은 정말 많이 있습니다.
단, 롬복에서도 길리라고 하면 관광으로 유명해진 길리T(트라왕간), 길리M(메노), 길리A(아이르) 3개 섬으로 인식합니다.
참고 2.
길리에는 3가지가 없습니다. 앞서 말한 내연기관 교통수단 그리고 개, 경찰
[ 부두가 위치한 곳의 바다도 바닥이 보일 정도로 깨끗 ]
작은 섬 전체가 관광으로 먹고사는 곳이라 숙소, 식당, 상점 등 모든 현지인이 다 친절합니다.
영어를 못하는 현지인이 거의 없고, 해변 앞바다에서 거북이를 만날 수 있고, 맛있는 음식점이 많고..
다 좋은데.. 물가?가 상당히 비쌉니다. 모든 것이 발리보다 비싸고, 공산품은 특히 더 비쌉니다. 아 그렇다고 싱가포르처럼 한국보다 비싸다는 건 아닙니다.
[ 일출? 일몰? 저기 보이는 육지는 롬복? 발리? ]
길리는 작은 섬이라 일출 장소가 가까워서 너무 편했습니다. (시간 맞춰 일어나기만 하면)
롬복은 발리 동쪽에 있는 발리보다는 조금 작은 (제주도 2.5배) 섬입니다.
대다수 인도네시아 지역과 같이 무슬림이 대부분이라 여기저기 모스크가 있고, 길에 보이는 여성은 히잡을 쓰고 있습니다.
음식의 경우 이슬람 지역이라 소고기가 있습니다. (발리는 힌두교 지역이라 일반적으로 소고기 요리가 없음)
[ 마타람(롬복 중심지)에 세워진 이슬람 센터의 모스크 ]
일정 상 롬복의 서쪽과 서남쪽만을 둘러보았지만, 공항과 F1 경기장을 중심으로 메인 도로(편도 2차선)와 일부 주요 간선 도로(편도 1차선)는 잘 정비되어 있으나,
지선만으로 빠지면 거의 대부분이 깨진 포장도로이거나 비포장도로이고, 그 외 길은 차량 또는 사람이 지나다보니 생긴 길 수준이었습니다.
해안절벽, 해변, 파도, 음식 등 관광 요소는 발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롬복인데, 왜 관광지로 유명하지 않을까? 왜 개발되지 않았을까? 라는 의문은,
“롬복은 이번으로 끝”이라는 자답으로 더 이상 생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조잡한 미개발 관광지와 그곳에 만연한 무개념 관행(바가지 등)이 제일 먼저 떠오르고,
오히려 관광과 관련 없는 도심부의 맛있고 저렴한 음식점, 친절한 상점과 현지인이 롬복에서 좋았던 부분으로 남아 있습니다.
롬복에서 머문 몇 일간은 매일 다른 선셋 포인트를 다녔습니다. 선셋 포인트에서 다른 포인트를 추천받아 다음날 그곳에 가고.. 아마 더 오랜 기간 머물렀다면 쭉 이어졌을 듯..
발리의 유명 선셋 포인트나 절경 지역은 대부분 비치클럽 또는 리조트가 들어서 있는 것에 비하면 이 부분이 롬복의 매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롬복 최고(현지인 추천)의 선셋 포인트의 일몰 (저기는 발리) ]
첫 섬 간 이동에서 얻은 교훈(?)으로 이후의 모든 선편은 이용 가능한 배 중에 가능한 큰 배(비싼 배)를 이용하였습니다.
롬복에서 발리로 가는 날의 항구는 오지 않는 배를 마냥 기다리는 사람으로 넘쳐나는 아수라장이었지만,
제가 예약한 큰 배는 1시간의 지연이 있었지만 무사히 도착/출발을 하였고 발리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롬복에서 발리의 선편 이동에서 바다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보이는 것과 다르게 배가 좌/우, 앞/뒤로 크게 휘청이고,
높은 곳에서 떨어진 듯한 충격과 소리가 바닥에 울리고.. 승객들은 난리가 아닌데, 선원들은 그전과 동일한 모습..
승객들의 동요를 막으려는 프로의 모습인가? 아니면 정말 이 정도는 별일 아니라는 건가?
이후 발리-롬복 일정을 끝내고, 싱가포르에 들러 지인을 만나고 한국에 무사히(?) 돌아오는 것으로 여행을 마무리하였습니다.
덤으로.. 여행 기간인 8월은 남반구에 위치한 발리는 건기(6~9월)로 햇빛은 매우 강하지만 습도가 낮아서 가장 여행하기 좋은 시기입니다만
호주(겨울)에서 많은 사람들이 추위를 피해 발리로 오기에 물가가 가장 비싼 성수기입니다. 건기에는 비가 오면 우리나라처럼 반나절 이상 때로는 하루 종일 내립니다.
건기에도 재수 없으면 몇 일 동안 흐림 비 인 경우도 있다고.. 8월 싱가포르 날씨는 최악입니다. 제일 덥고, 습하고, 몇 시간 동안 스콜이 내리는..
[ 싱가포르의 상징인 머라이언 (30분 뒤 3시간 동안 쏟아진) 스콜 구름 ]
[글/사진] 이승준 이사 / seungjun.esd@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