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소식
HOME/신영소식/소식&공지
소식&공지
신영ESD의 다양한 소식과 공지사항을 전해드립니다.

소식 AI 창작물의 명과 암

2025.04.29

AI 창작물의 명과 암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메신저 어플에는 내 친구들이 프로필 사진을 변경했을 때 최상단에 알림창을 띄워줍니다. 매일 하루를 시작하며 메신저 어플에서 변경된 프로필 사진을 소소히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던 어느 날, 변경된 사진이 모두 지브리 그림인 걸 확인했습니다. 애니메이션 캡처 이미지가 아닌 자신의 얼굴을 지브리풍으로 그린 사진인 점이 신기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그림체로 직접 그림을 그린건 아닐텐데 말이죠.

Open AI가 공개한 최신 Chat GPT-4o에서 이미지 생성 기능이 포함되었는데 사용자가 원하는 스타일의 그림을 입력하면 그에 맞춰 AI가 이미지를 만들어줍니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서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지브리’의 그림체로 그림 생성이 가능해집니다. 방법도 간단합니다. 원하는 그림의 상세 설명과 함께 지브리의 그림체로 그려달라 요청하거나 아니면 사진 한 장을 업로드하여 지브리풍으로 그림을 만들어달라 하면 지브리 그림은 순식간에 완성됩니다.

나의 얼굴을 인기 애니메이션 그림체로 만들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호기심 거리였을 겁니다. 너도나도 SNS에 지브리풍으로 변환된 프로필 사진을 올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Chat GPT 서비스 국내 사용자가 처음으로 500만 명으로 돌파했습니다. 얼마나 인기가 많았으면 Open AI CEO 샘 올트먼이 ‘GPU가 녹아내리고 있다’는 표현까지 쓸 정도입니다.

AI가 다해주는 너무 편한 세상

예전에는 직접 원하는 그림을 얻기 위해서 창작자를 찾아야 했습니다. 원하는 그림체를 가진 창작자를 찾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꼼꼼히 살펴보고 그림에 대한 상세한 요청사항을 덧붙여야 합니다. 본인의 실력으로 그려낸 그림에 대한 일정 대가를 지불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미지 생성 AI가 등장하며 원하는 그림 생성이 너무나도 편해집니다. 직접 창작자를 찾아갈 필요 없이 좋아하는 그림체를 선택하고 요청사항을 상세하게 입력하여 내가 원하는 그림을 AI로부터 뽑아낼 수 있습니다. 창작자에게 지불되는 비용보다 어쩌면 훨씬 싼 AI 프로그램 사용 가격으로요. 그림을 그릴 실력이 부족해도 상관없습니다. AI가 다해주니까요.

그림뿐만 아니라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보 조사, 문체 교정 등의 효과를 기대하며 레포트나 과제 자료에 AI가 써주는 글을 사용하는 것은 이미 구시대적인 방식에 불과합니다. 이제 AI는 소설 같은 창작 영역도 직접 자신의 글을 써내고 있습니다. 원하는 문체를 적용하면 그대로 써냅니다. 만들어주는 인물, 구상하는 줄거리도 훨씬 흥미롭기도 합니다. 삼행시도 사람보다 더 잘합니다. 이렇게 내 입맛에 맞게 글을 써주는 초간단 도구가 있으니 사용하지 않기가 어렵지 않을까요?

무료 Chat GPT에게 조앤 롤링 작가의 문체로 글을 써달라고 하자 바로 글을 생성해냈다.
[출처 : Chat GPT 캡쳐본]


AI가 영향을 끼치지 못할 분야는 없습니다. 어쩌면 인공지능의 발달과 가장 동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던 문화, 예술, 스포츠 분야에도 이제 AI는 뗄 수 없습니다. Chat GPT의 지브리풍 이미지 생성처럼 생성형 AI는 기존 데이터를 학습하여 텍스트, 이미지, 음악, 영상 등의 컨텐츠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생성을 할 수 있으며 이는 예술, 창작 영역에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기존 데이터 학습과 생성을 넘어서 데이터 기반으로 사고하여 의미를 부여하면서 마치 한 명의 사람처럼 자체적인 창작이 가능한 수준으로 가고 있습니다.

예술 분야는 AI의 불가침 영역이라 여겨졌습니다. 인간이 일생의 노력을 통해 얻어낸 스킬로 자신의 가치관과 사회의 수요를 반영해 창작물을 만들어서 그를 통해 수익을 얻고 사랑을 받는 것이 우리가 아는 예술계의 산업구조입니다. 특히 스킬에 대한 재능과 노력, 그로 인한 결과물로 가치 평가를 받는 만큼 인간 중심적인 산업이기도 합니다. 그 창작물을 학습하여 마치 모방하는 듯한 결과물을 단시간에 내는 것은 AI의 존재는 예술가들에게 반발심이 클 것입니다.

그렇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예술계의 판도는 계속 바뀌어왔습니다. 과거 카메라의 등장은 재현을 목적으로 한 그림의 가치가 추락하고 화가들이 다 실직할거라 여겨졌지만, 작가 개인의 표현이 주를 이루는 인상주의 화풍이 등장한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그저 기술 발전의 산물로만 여겨지던 사진도 이제 하나의 예술 영역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이처럼 인간은 계속해서 새로운 방향으로 예술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지금 AI가 그 시절의 카메라와 같은 존재라 생각한다면 인간은 분명 또 다른 돌파구를 찾아내어 새로운 예술의 흐름으로 향할 것입니다.

이제 AI의 개입은 당연한 시대의 요구로 봐야 합니다. 오히려 AI가 주는 편의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현덕 카이스트 교수는 AI와 인간의 상호보완을 하여 최적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협업 지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AI를 참고 도구로 사용하여 인간이 최종 판단으로 완성하는 방식으로 한다면 훨씬 효율적인 작업이 가능할 거라는 입장입니다.

재능의 영역이라 불리는 예술 분야를 AI로 진입장벽을 허물 수 있다는 것은 꽤 충격적인 소식이기도 합니다. 창작을 위한 스킬을 중시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 스킬은 AI에게 맡기고 철저히 아이디어 싸움 영역으로 간다면 분명 다른 양상이 될 겁니다. 누구나 화가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고, 누구나 디자이너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작곡가가 될 수 있으며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습니다. 대중에게 열린 경쟁 구조가 된 예술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창작자는 소스 제공자가 아니다

AI 그림 열풍의 중심이 아날로그 작업 방식을 추구하는 지브리 스튜디오 화풍인건 참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이런 지브리의 열풍 속에서도 정작 화풍의 원작자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현재까지 어떠한 입장 발표가 없습니다. 과거 미야자키 하야오는 AI의 애니메이션 제작에 대해 “매우 혐오스럽다”, “한 사람의 일생의 노력이 담긴 그림과 생명 자체에 대한 모욕이라고 느끼며, 결코 내 작업에 쓰고 싶지 않다”고 발언한 적이 있습니다. ‘원피스’ 애니메이션 감독 이시타니 메구미는 “지브리가 싸구려 취급당하며 이름을 더럽히는 일은 용서할 수 없다”고 현 상황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작풍과 화풍의 복제품 생성은 이미 예술계에서 트레이싱 논란처럼 창작자의 작품 도둑질과 다름없다는 인식이 팽배한 만큼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당장 보기에만 아름답고 창작자의 가치관과 고뇌가 반영 안 된 결과물이 과연 통상적인 예술품과 같은 가치를 지닌 것에 대한 논란에 명확한 답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이것은 여전히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 어려워 보입니다. 애초에 예술이 무엇인가라는 정의를 제대로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니까요.

사람마다 의견이 갈릴 가치관, 윤리적인 문제를 뒤로 하고 현재 AI와 예술계의 가장 첨예한 대립은 수익의 정당성과 창작자의 권리 보호가 쟁점입니다. 창작자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AI는 창작물을 학습하지 못하니 창조하지 못했을테니까요. 이건 닭과 달걀의 딜레마처럼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영역이 아닙니다. AI 창작물의 근원은 AI 개발자가 아니라 결국 학습시킨 창작물의 창작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창작자 권리가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가 다음 문제입니다.

이런 논쟁이 이뤄질 수 밖에 없는 것은 창작자는 작풍과 화풍을 데이터로 제공 당하고 있는데 정작 창작자가 제외된 영역에서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고 수익을 창출될 수 있다는 문제입니다. 지브리 열풍으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자신이 Chat GPT를 활용하여 사진을 지브리풍 그림으로 생성해서 전달해 주는 서비스가 등장했습니다. AI로 만든 그림과 글을 포트폴리오로 둔갑하여 사기당한 피해자의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공모전 당선작이 AI로 만들어진 작품인게 밝혀진 경우도 존재했습니다. 성우들은 자신의 목소리가 AI로 활용되는 것에 불쾌감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곰이 재주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버는 상황입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에 윤리의식과 법적 규제 마련이 따라가지 못하니 창작자들은 존중받지 못하고 그저 학습 데이터 소스 제공자로 전락해 버리는 모욕적인 상황을 마주한 것입니다.

 

[좌 : Chat GPT를 활용하여 사진을 지브리풍으로 변환해주는 마켓이 성행했다. 현재 해당 중고거래 플랫폼은 해당 거래를 제한을 두고 있다.]
[우 : 커미션(금전을 받고 원하는 그림을 요청하여 창작해주는 동인 문화 용어) 사기 피해 고발 중 창작자의 AI 사용 관련 공론화가 지속해서 발생 중이다.]
[출처 : 좌_당근마켓 캡쳐 / 우_X(구 트위터) 캡쳐)]


인공지능의 발달 이전에 만들어진 저작권법은 AI 생성 창작물에 대응하지 못합니다. 작풍과 화풍은 저작권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AI 창작물의 핵심은 바로 이 작품과 화풍을 학습하여 만들어내는 창작물이라는 점입니다. AI 창작물이 넘쳐나는 현실은 창작자에게 무법지대와 다를 바 없습니다. 언제든 창작자의 작품이 AI 학습에 사용되어 무분별하게 공장 찍어내듯이 생산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런 창작자는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대가를 지불받지 못하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현재 AI 창작물 법적 논쟁의 핵심은 수집된 데이터에 대한 저작권 침해 여부입니다. 작풍과 화풍은 저작권이 아니라 할지라도 학습에 이용된 데이터에 원작이 포함되었다면 그것 자체가 저작권 침해라는 점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신규 제정되는 AI 규제법은 이 학습에 대한 저작권자의 허가와 저작권 비용 지불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국내는 지난해 AI 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학습에 관련한 구체적인 제재 내용은 없는 상태입니다.

지난해 Open AI 상대로 뉴욕타임스가 자신들의 기사를 무분별하게 학습하여 유료컨텐츠 사용을 유도했다는 점으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진행중에 있습니다. 미국 연방법원은 뉴욕타임스 주장을 받아들이고 Open AI의 저작권 침해 소송을 기각해달라는 요청을 거부하면서 뉴욕타임스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 재판결과에 따라 추후 지브리를 비롯한 여러 컨텐츠 제작사들의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AI 업계는 학습 규제에 대해 강하게 반발합니다. AI 산업 발전을 위하여 학습에 제한을 두지 말라는 것과 AI 학습 자체는 공정이용에 해당된다는 주장입니다. 공정이용이란 저작물을 공익적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 저작권법에서 예외적으로 저작권자 허가 없이 저작물을 이용하는 권한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주장이 윤리적 책임을 따르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AI 기술의 발전이 만인에게 정보와 기술의 평등을 부른다는 명목 즉, 기술 만능주의적 태도가 현실의 윤리적 책임을 회피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이미 Open AI는 막대한 수익을 얻었습니다. 또한 AI 학습의 원천이 되었을 컨텐츠 제작자들의 창작물을 어느 정도 영역까지 학습시켰는지 모르는 상태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AI의 개입을 받아들이는 상황이지만 무분별한 데이터 학습으로 컨텐츠가 이용되면 창작자의 권리가 보호되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적절한 규제와 양심 있는 AI 활용만이 발전의 정답이 될 것입니다. 학습된 데이터 리스트 공개, 창작자의 거부 의사 반영, 분명한 대가 지불 등 창작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방안은 계속 고민되어야 할 것입니다. 컨텐츠 제작사와 AI 업계 간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미래가 오기를 바랍니다.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 참고 및 출처 ]

https://zdnet.co.kr/view/?no=20250331104253
https://view.asiae.co.kr/article/2025041015505123843
https://www.khan.co.kr/article/202504130900031


[글/사진] 김서연 주임 / jbing14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