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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내가 산 초콜릿은 어떤 초콜릿이었을까?

2023.02.02

< 내가 산 초콜릿은 어떤 초콜릿이었을까? >


작년 11월 월드컵의 열기를 기억하세요? 기적적인 포르투갈 전 역전승과 함께 대한민국은 12년만의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이 16강 진출에는 우루과이에게 추가 실점을 내주지 않은 가나의 도움도 컸습니다. 그러자 같은 시기 동명의 ‘가나 초콜릿’의 편의점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마치 가나에게 보은하고자 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이런 구매 행위가 과연 가나에게 도움이 되었을까요? ‘가나 초콜릿’은 카카오를 가나에서 직수입해서 만든다고 붙여진 이름입니다. 초콜릿 판매량이 늘면 카카오의 수출량도 늘어날테니 자연히 좋은 일이라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 수출량을 감당하기 위해 들어가는 노동력과 그 노동이 받는 대우를 생각한다면 진정한 도움이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기업과 농장은 최대의 수익을 내기 위해 값싼 노동력을 동원합니다. 대표적으로 학교도 가지 못한 채 하루 종일 농장에서 일하는 아동 노동자들처럼 말이죠. 이들의 노동으로 원자재 값을 낮춰 그 차익은 농장 주인이 갖게 되고, 농장 주인과의 거래를 하는 기업에게도 이익이 되어 돌아갑니다. 소작농도 대규모 생산을 추구하는 기업과의 거래가 어려워 생계유지가 어렵게 됩니다.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가나 초콜릿’의 판매량 증가는 ‘가나 사람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었을까요?
가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제 3세계 개발도상국들도 비슷한 처지입니다. 과거 제국주의 시대 식민지의 원자재를 공급받기 위해 만든 플랜테이션 농장이 현대까지 유지되는 구조입니다. 과거의 착취가 현대에는 거래와 무역이라는 동등한 형태로 변하였지만 현실은 전혀 동등하지 않은 구조인거죠. 이 과정에서 희생당하는 노동자들과 소작농들의 권리와 노동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시작된 것이 바로 공정무역입니다.

※ 공정무역이란?

공정무역이란 생산자의 노동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면서 생산원가와 생계비를 보장하는 윤리적인 무역을 말합니다. 기존 거래 방식보다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수익이 돌아가게 만들어 불공평한 거래 방식을 바꾸고자 하는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마치 국내의 중간 유통업체가 없는 농부와의 직거래를 연상시키는 거래방식은 대규모 농장에 의존하지 않고 노동자 개개인과의 거래를 추구하며 소작농의 권리를 보호해 안전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합니다. 개발도상국의 빈곤 극복 방안을 원조에 의존하지 않고 개개인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도 합니다.
해당 방식으로 생산된 제품은 공정무역인증 시스템을 거쳐 인증마크가 붙습니다. 1988년 네덜란드의 커피 회사 ‘막스 하벨라르’가 인증마크를 붙이기 시작한 것에서 비롯되어 현재는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2가지 마크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국제 공정무역상표기구(FLO)에서 발행하는 마크는 해당 제품이 공정무역을 통해 만들어졌는지 인증하고, 세계공정무역기구(WFTO)에서 발행하는 마크는 제품을 생산한 조직 전체의 공정무역 원칙 준수를 여부를 알려줍니다.

<좌 : 세계공정무역기구(WFTO)마크 / 우: 국제 공정무역 상표기구(FLO)마크>


공정무역의 등장은 윤리소비라는 쟁점을 화두에 오르게 했습니다. 생산자의 공정한 수익을 보장해주기 위해 소비자가 공정무역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분명 이전에 없는 소비 방식이었으니까요. 불공평한 수익구조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해당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나며 공정무역은 하나의 대체 상품으로 자리잡아가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그 기대만큼 공정무역 상품을 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여전히 잘 팔리는 제품에는 공정무역 마크가 없고 공정무역 제품을 찾기 위해 특정 가게를 찾아야 합니다. 자유시장에서 공정무역 제품의 가장 큰 취약점은 비싼 가격과 접근성입니다.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기 위해 제품의 가격은 높아지고 기존 유명한 공산품과 다르니 쉽게 찾아서 구매하기 어렵습니다. 같은 제품이면 누구나 더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겠죠. 기존 제품 생산 기업들도 역시 괜히 공정무역을 선택해 판매이익을 줄이고 싶지 않겠죠. 결국 이런 공정무역 제품은 소비자 개인의 구매의사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상품이고, 규모가 큰 기업을 상대로 경쟁해야하며, 유통과 홍보가 부족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오히려 이 비싼 가격이 공정무역이란 프리미엄이 붙은 상술이 아닌지, 작은 규모의 공정을 거친 제품의 품질이 믿을만 한지 온갖 의문에 시달리게 됩니다. 공정무역이란 요소만 이용해 이미지 마케팅 수단으로 삼는 악질 기업도 존재해 공정무역의 실효성이 의심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한때 주목을 받았던 공정무역은 이대로 아는 사람들만 아는 자선적인 개념으로, 시장경제에서는 실패한 개념이 되는 듯 했습니다.



<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소비 가치 >

공정무역의 개념은 최근에 새롭게 등장한 것이 아닙니다. 긴 역사를 가진 공정무역은 오히려 해당 개념이 처음 등장했을 때보다 지금 더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이는 소비자의 소비 트렌드가 과거와 변화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가격은 소비결정에 있어서 중요한 판단요소입니다. 하지만 이제 가격만이 전부가 아닌 소비 방식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나 스스로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그에 걸맞는 가치의 소비를 추구하는 ‘포미족(FORME)’은 가격이 조금 비싸도 자신에게 의미가 있다면 기꺼이 소비하는 사람들입니다. 자신의 사회적 신념을 적극적으로 드러낸 가치소비를 하는 것이죠.
이 소비자들은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기업의 생산체계를 비판하고 비윤리적인 행위를 하는 기업의 판매물품 리스트를 만들어서 불매를 진행합니다. 거짓된 윤리적 경영의 껍데기만 쓴 기업을 판별하고 가차 없이 비난합니다. 반대로 사회적 역할을 행하는 기업의 제품을 선택해 구매하고, 선행이 알려지면 해당 제품을 적극 구매해 ‘돈쭐낸다’는 표현까지 생겨났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 설문조사 (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 소비자 380명 대상)에서 소비의 주 트렌드인 2030 MZ 세대들 중 64.5%가 가격이 비싸도 ESG 경영 실천 기업의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했습니다. 같은 제품이면 더 싸고 품질 좋은 것을 선택하는 쪽이 합리적으로 여겨졌던 과거와 달라진 것입니다. 기업의 윤리적 요소를 높게 평가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기업들도 ESG 경영을 필수요소로 자리하게 됐습니다. 이 소비자들이 만들어낸 트렌드인 친환경, 동물권, 비건처럼 공정무역도 다시 대두되는 소비 경향이 됐습니다.



기성품보다 비싼 공정무역 제품을 구입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해 당당히 사회적 기여를 대답할 수 있는 소비자가 늘어났습니다. 코로나 시대를 이후로 젊은 세대 사이에서 확대된 포미족의 소비 방식은 앞으로 시장에서 더 두드러질 것입니다.



< 공정무역도 경제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 >

그럼에도 공정무역 제품에 대한 의문은 커져만 갑니다. 윤리적 소비를 하려는 소비층이 늘어나도 결국 그들에게만 전적으로 의존해야하지 않을까요? 과연 그 소비층이 한 기업의 성공을 좌지우지할 규모가 되어서 기업들이 공정무역 트렌드를 따라갈까요? 이 의문에 답이 될 한 기업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토니스 초코론리’는 노동 착취를 반대하며 2005년에 설립한 네덜란드의 초콜릿 브랜드입니다. 100% 공정무역을 지향하는 브랜드로 네덜란드의 초콜릿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초콜릿은 네덜란드 시중의 다른 초콜릿보다 2배 이상 비싼 편입니다. 그럼에도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해당 브랜드 창업자인 토니는 카카오 농장 노동자들의 열약한 환경을 알리기 위해 시중 초콜릿을 먹고 불법적으로 생산된 초콜릿을 소비한 자신의 범행을 처벌해달라고 경찰에게 자수했습니다. 당연히 불기소된 사안이었지만 이 과정은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었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습니다. 이후 토니는 노동력 착취가 없는 초콜릿을 제작했고 모두 완판되었습니다. 시작은 황당한 창업스토리지만 토니가 보인 행동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입니다. 지금도 ‘토니스 초코론리’는 주기적으로 공정무역 리포트를 발간하고, 트럭에 초콜릿을 싣고 돌아다니며 공정무역의 가치를 전파하고 있습니다.


물론 해당 초콜릿의 성공 배경에 공정무역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은 공정무역에 대해 관심 없는 일반 소비자들 상대로도 수요를 늘리는 방안을 고민해왔습니다. 비싼 가격임에도 살 수 있게 만드는 것이죠. 먼저 모양부터 특이하게 들쭉날쭉한 직선 형태를 갖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국경 모양처럼 쪼개진 형태는 브랜드가 담은 공정무역 스토리뿐만 아니라 직사각형으로 일사분란하게 쪼개진 초콜릿 모양을 탈피해 소비자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또한 새로운 맛의 초콜릿을 꾸준히 개발해서 일반 소비자들까지 공정무역 초콜릿의 고객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진정성과 브랜드의 스토리텔링, 그리고 상품성이 성공을 가져다 준 것입니다.
‘토니스 초코론리’의 성공은 제품 자체의 경쟁력을 갖추면 공정무역 제품도 윤리적 소비층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다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습니다. 반대로 기성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에게 소비자가 공정무역을 요구할 수 있는 사례가 되기도 합니다. 공정무역 마크 하나만 믿고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안일한 행위라는 소비자들의 비판이 담기기도 하고, 성공한 기업이 있으니 기존 기업들도 이제 공정무역을 전면에 도입해도 된다는 의견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공정무역 제품이 경제시장에서 실패와 경쟁력 없는 상황으로 남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앞으로 공정무역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우리의 소비와 생산이 지구 전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관심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환경과 사회 전체에 이로울 수 있는, 더 나아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공정무역을 선택하는 비중이 기업과 소비자 전체적으로 늘어났다는 뜻입니다. 지난 2022년 12월, 국내에서 공정무역 인증 커피 시장이 전년대비 175%의 성장률을 달성했습니다. 주축 성장을 달성한 것에 대기업 제품도 찾아볼 수 있어 해당 기업들도 공정무역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습니다. 공정무역 제품을 마트와 편의점에도 들여 특정 매장에서 구매해야 했던 이전보다 더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앞으로 공정무역 시장이 얼마나 더 성장할지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돈과 효율보다 공정한 생산에 가치를 두는 거래인 공정무역. 한 번 더 처음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가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려면 어떤 초콜릿을 구매하는게 좋았을까요?
곧 다가올 2월 14일은 발렌타인 데이입니다.
소중한 사람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인만큼 내가 사는 초콜릿이 어떤 초콜릿일지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 참고 및 출처 ]

 산업부통상교섭본부 블로그-https://blog.naver.com/tongsangnews/222534663535

 중소기업신문-http://www.sme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4460

 동아일보-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404/112675753/1

 헤럴드경제-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200213000321

 Tony’s Chocolonely-https://tonyschocolonely.com/int/en

 중소기업뉴스-http://www.kbiz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92900

 clipar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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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서연 사원 / jbing14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