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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10년 근속휴가를 되돌아본 감성에세이: 나를 만드는 선택. ‖ 임호종 차장편 ‖

2021.09.02

10년 근속휴가를 되돌아본 감성에세이 : 나를 만드는 선택.
[임호종 차장편]


♦ prologue. ♦

 

날씨가 흐리다... 오늘은 주말이라 화창한 날씨를 내심 기대했지만, 요즈음 가을장마 기간이라 지난주부터 내내 비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무더위는 꺾여 선선한 바람이 부는듯해서 나쁘진 않다 기지개를 켜고 주말 이른 아침부터 노트북을 켰다. 10년 근속휴가 후기를 작성하기 위해서이다. 막상 쓰려니 쓰이질 않는다...ㅎㅎㅎ 근속휴가를 돌아보며 쓰려니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듯 하다. 마치 방학이 끝나가는 개학전날, 방학기간동안 미뤄둔 일기를 몰아 쓰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아 독후감 숙제, 일기 숙제를 제일 싫어했었는데... 변치 않는 나의 모습에 괜히 멍~하니 창밖만 바라본다. 창밖만 바라본 지 10분여... 배고프다... 어제 사다 놓은 빵과 카페인 가득한 아이스커피로 나를 다독여본다. 자~ 마음을 가다듬고 제목을 먼저 써본다. "10년 근속휴__가"  썼다 지웠다.... 반복한다 음... 마음이 가다듬어지질 않는다. 세수라도 하고 와야겠다. 한결 개운해진 기분으로 노트북을 펼쳐놓고 다시 창밖을 멍하니 쳐다본다. ㅎㅎㅎ



♦ logue.1 ♦

지난 6월. 나는 회사 복지인 10년간 장기근속에 대한 포상으로 휴가를 가게 되었다. 근속휴가를 받은 건 1년 전이었지만 담당해오던 업무로 인해 조금씩 미루다 보니 이제야 가게 되었다.


난 사소한 것에도 의미 부여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10년이라는 단어가 나에겐 가볍게 다가오지 않는다. 게다가 이 회사가 내 첫 회사라는 점에서 더욱더 깊게 다가온다 . 길지 않는 인생에서 10년이 넘는 시간을 첫회사, 같은 회사에서 보냈다는 게 나 스스로도 믿고 싶지는 않다. 연애도 1년 이상 해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 그건 다른 문제인가?... 여하튼. 10년 전 나, 5년 전 나, 지금의 나에게까지 물어봤다. "이게 최선이었냐?" ㅎㅎㅎ 후회한다거나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말이 아니다. 그렇다고 "최고의 선택이었어~" 이것도 아니다. 누군가에게 오해를 줄 수 있으니, 약간 포장지로 감싸 본다.

 

누구나 매 순간마다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따라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마찬가지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스스로의 선택에 있어 그 결과를 못 받아들이고 후회하는 사람과 그 결과가 어떻든 자기 선택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매 순간 좋은 선택들이 상대적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기는 하지만 난 지난 시간동안 더 나은 선택을 해야 된다는 것보다는 내 선택이 어떻든 후회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데에 삶의 비중을 높여왔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아침부터 노트북을 펴고 머리를 쥐어짜고 있나 보다... 회사 뉴스레터에 온라인 박제되어,  나중에 다시 보았을 때에 후회하지 않는 후기가 되도록 말이다. 아무튼! 나의 선택으로 10년이 넘도록 여태껏 첫 회사인 신영이에스디를 다니게 되었고 어리숙한 사원 막내였던 나는 회사의 영업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차장이 되어있다. 요즘 웬만한 회사들 복지가 좋아서 10년 근속휴가 정도는 기본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10명 남짓한 인원으로 시작한 소규모 회사에 첫 채용된 사원 시절을 생각하면 그간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 고생하며 지나온 날들에 대한 회상이 깊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 보상으로 유급! 한 달 휴가를 받는다고 하니, 나에겐 더욱더 의미 있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 logue.2 ♦

휴가 가기 일주일 전부터 많은 상상을 해보았다. 의미 있는 한 달이라는 시간을 쉬게 된다면 이런 것들을 해야겠다고 말이다.

1. 지나간 10년을 정리해보고 앞으로 10년 뒤 무엇을 할지...
2. 여유롭게 평일 낮 카페에서 책도 좀 읽고 낮잠도 자고
3. 주말마다 붐비는 도로를 피해 여유롭게 가족과 여행도 가고
4. 그동안 못 만난 친구, 지인들과 캠핑장에서 술 한잔
여유롭게 보내질 소소한 일상을 상상해보았다.

휴가 첫날부터 늦잠을 청해 본다. 하지만 이내 딸 아가의 손바닥이 내 얼굴을 내리쳤다. 찰싹! 소리와 놀란 내 반응에 딸아이는 좋단다. 찬물을 끼얹은 듯 잠이 확~! 깼다. 늦잠? 잘 수 없었다. 난 집에서는 8개월 된 딸아이를 가진 아빠다. 요즘 육아로 힘들어하는 아내를 대신해 쉬는 동안 육아에 매진해보기로 했다. 매일 퇴근하면 한 시간 남짓 아기랑 놀아주는고 재우는 거 외엔 없었던 아기와의 유대감 형성을 위해서도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게 다가왔다. 핑계일 수도 있지만 육아로 인해 10년 뒤 나에대한 계획을 그리는 일은 까맣게 잊어버렸다는 점. 아기를 재우고 나면 나도 피곤을 맥주 한 캔으로 달래고 잠들어 버렸고, 평일 낮 카페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자 했던 상상은 아기가 징징대는 걸 달래주고 여기저리 던져놓는 장간감을 주으러 다니는 즐거운 시간으로 채웠다. 친구, 지인들과 보내고자 했던 시간은 나만 평일에 쉬는 관계로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ㅎㅎㅎ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돌아다니는 게 조심스럽고, 아기를 데리고 멀리 어딘가로 놀러가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 logue.3 ♦

이렇게 시간은 차곡차곡 쌓여 어느덧 한 달을 채워갔다.

 

눈 깜짝 사이에 끝난 10년 근속 보상휴가 였지만, 그리고 상상한 것만큼 멋진 휴가는 아니었지만 업무에 지친 마음만은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소중한 가족에게 함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줄 수 있어서  나에겐 꼭 필요했고, 고마운 시간이었다. 이렇게 그간 한 달을 되돌아보며 글을 쓰다 보니 어느덧 분량이 채워져 간다. 그리고 이제 곧 노트북을 보고 키보드 난타를 칠 울 아기를 피해 서둘러 저장하고 분유 타러 가야겠다.



♦ epilogue ♦

 

휴가를 갈 수 있게 도움을 주고 배려해준 동료들에게 감사하고 한 달이 짧은 만큼, 일 년 유급 휴가를 받는 그날을 기대하며...
앞으로의 10년에도 내 선택에 후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으로 남고자 한다.

 

 

[ 글/이미지 ] 임호종 차장 / lhj8346@gmail.com